꿈은 매번 바뀌어 왔다.
이런 모습, 저런 모습으로
그 중에는 기억도 안 날만큼 짧게, 가볍게 그렸던 꿈도 있지만
십년 이상 그려가며 간직했던 꿈도 있다.
이제 내겐 꿈이 없다.
내가 그려왔던 꿈들은 더 이상, 덧칠해지거나 수정하는 것 없이
조용히 마음속 상자 안에 집어 넣었다.
그 상자에는 뚜껑이 있다. 뚜껑만 있다.
테이프로 밀봉하지도, 열쇠로 잠궈 두지고 않았다.
그 뚜껑은 가볍고 열기도 쉽다. 하지만 무겁다.
왜 꿈을 그리지 않았는데
꿈의 가장 큰 조각 중 하나가 찾아온 걸까
이제 난 그 조각에 배경을 더해 줄 수도, 색을 칠해 줄 수도, 다른 길을 보여줄 수도 없는데
내게 찾아온 그 조각마저 떠나버릴까 두렵다.
그럼에도 상자를 열지도 못한다.
그 조각에게, 상자 속 이야기들을
수없이 그려왔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, 보여주고,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
난, 상자의 존재마저 알리지 못하고 있다.
아니 그 조각이.. 내 조각인지도 모르겠다.
마음껏 이야기조차 못해 본 오늘, 더더욱 슬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