난 항상 매번, 모든 것을 미뤄왔다.
지금도, 미뤄오고 있다.
다가오는 것이 의아하고, 또 좋아 관계를 시작했다가
아닌 듯 하여, 바로 끊어내지 못하고 자연스레 끊어지길 바라고
관계를 지속하며, 조금씩 관계를 내 스스로 끊어내고 있었다.
그런데 갑작스레 조금씩, 나에게 다가온다.
이미 끝냈고, 끊어낼 준비를 했고, 끊어내고 있는 나에게
너가 조금씩 다가온다. 끈을 다시 묶는다.
이미 끊어내고 있던 나에게, 묶는 모습을 보여준다.
내 착각일까,
그저 이렇게 자연스레 끊어지면서, 친구로 남거나
잊혀지길 바랐는데
문득 다시
내가 미뤄온 모든 것이 떠오른다.
그 모든 무게가, 날 짓누른다.
난 그저 서 있다. 앉아 있다. 누워 있다. 눌려 있다.
미안하다. 이런 못난 나라서